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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통일혁명당 무기수의 수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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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통일혁명당 무기수의 수기 6

충북청년신문 기자 son96005@naver.com 입력 2021/05/07 13:56 수정 2021.06.10 17:03
밤하늘을 흘러서
나팔소리는 녹쓴 가슴으로부터 그토록 서러운 여운을 끌고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어느 통일혁명당 무기수의 수기 6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69년

 

밤하늘을 흘러서

나팔소리는 녹쓴 가슴으로부터 그토록 서러운 여운을 끌고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뱁새가 어찌 황새의 뜻을 알랴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이지 않나니.

 

배개를 높이고 아직도 잠이 부족한 자는 누구뇨?

 

 

감옥에서 쓴 시(詩)

 

밤하늘을 흘러서

나팔소리는

녹쓴 가슴으로부터 그토록 서러운 여운(餘韻)을 끌고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기러기가 발을 씻고간 은하(銀河)의 차거운 물살위에

별빛처럼 흩어집니까.

아니면, 불밝은 어느 소년의 창에서

하루의 안식과 보람으로 일어갑니까

아니면, 도시의 꼭대기

높은 교회당의 십자가에 누군가의 애끓는 소망으로 매달립니까.

나는 밤마다 푸른 옷자락을 날리며 표적처럼 가슴에 수번(囚番)을 붙이고

그 서러운 여운이 머무는 곳을 찾아갑니다.

허공에 발이 빠져가며 헤매다가

다시 빈 몸으로 돌아오면

옥방(獄房)에는 곤하게 잠든 내가 누워있습니다.

나는 내옆에 지팡이처럼 나란히 나를 눕히고,

고달픈 하루를 잠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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